제2장

그의 앞에는 제법 고운 얼굴의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한껏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어린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민지라고 해요. 의술이 제법 괜찮은 편인데, 아버님을 좀 봐 드릴까요……?”

꼬마 아이는 그녀의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뽀얀 얼굴에 순식간에 언짢은 기색이 스쳤다.

오늘 아빠를 따라 의사를 찾아온 건 맞지만…….

새엄마를 구하러 온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황당한 소문은 대체 누가 퍼뜨린 거야?

게다가 눈앞의 이 아줌마는 무슨 용기람? 얼굴에 바른 분이 저렇게나 두꺼운데…….

꼬마 아이의 얼굴에는 경멸감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우미는 그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표현하려는 뜻을 알 것만 같았다.

“푸흐흐…….”

김우미는 순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순식간에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허리를 꼿꼿이 펴고 공손하게 외쳤다. “맨디 명의님!”

이어서 누군가 작게 속삭였다. “아이고, 이분을 깜빡했네. 임시로 수술 한 건 하러 오신 거지만, 이분 의술이 최고잖아! 이민지가 어디 감히 비벼?”

김우미도 자신이 의도치 않게 주목을 끌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서둘러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제 생각엔…… 여러분이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서요. 이 꼬마 아이는 새엄마를 찾으러 온 게 아닐 텐데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꼬마 아이를 쳐다보았다.

오해라고?

하지만 이 소문은 병원의 ‘정보 조직’인 청소 아주머니가 원장님 사무실 앞에서 직접 들은 것이었다.

어떻게 거짓일 수가 있겠는가?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새엄마를 찾으러 온 게 아닌지.”

이민지는 좋은 분위기를 망쳐 버리자 불만스럽게 물었다.

김우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냥 제 추측이에요.”

이민지가 눈살을 찌푸리며 막 무언가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꼬마 아이가 갑자기 의자에서 스르르 내려오더니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 말이 맞아요. 전 새엄마를 찾을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마음이 바뀌었어요! 이모, 저 이모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저희 집에 가서 제 엄마가 되어 주실래요?”

그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김우미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고백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그녀는 2초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 꼬맹이, 진심인가?

그녀는 웃으며 꼬마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얘야, 새엄마를 찾는 건 장난이 아니란다. 이러는 거, 네 아빠는 아니?”

꼬마 아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집에선 그런 일은 전부 제가 결정해요! 제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

김우미는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그저 아이가 장난기가 발동했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자기 딸 소미도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가끔 특별히 잘생긴 사람을 보면 “이 사람, 우리 아빠 될 자질이 충분한데!” 하고 중얼거리곤 했다.

이 꼬마도 딸과 비슷한 부류일 것이다.

김우미는 즉시 허리를 숙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이모는 누구 새엄마가 될 생각이 없단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렴. 이모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그 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거두고 지체 없이 휴게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김우미는 방금 전의 작은 해프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렇게 귀엽고 말랑한 꼬마 아이를 우연히 만나니 문득 어떤 생각에 잠겼다.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들이 떠올랐다.

만약 그 아이가 무사히 자랐다면, 지금쯤 저만했을 것이다.

6년 전, 박연주와 이혼한 후 그녀는 한때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일자리를 구해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 했지만, 김씨 그룹의 방해로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렇게 오도 가도 못 할 처지가 되었을 때, 친부모님과 오빠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 그녀를 경시로 데려갔다.

그 후 그녀는 임신하여 남매 쌍둥이를 낳았지만, 아들은 태어날 때 죽고 딸아이만 남았다.

과거를 떠올리자 김우미는 조금 서글퍼졌다.

방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곧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어려운 수술을 막 끝낸 참이라 꽤 피곤했다.

집에 돌아가 푹 쉬고 싶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방금 전의 그 꼬마 아이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일 줄은 몰랐다.

김우미는 아이가 따라온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썹을 살짝 치켜떴다.

이거…… 아직 미련을 못 버렸나?

지우는 그녀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와~ 아까는 이모가 마스크를 써서 얼굴 전체를 못 봤는데, 미인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진짜 맞았네요. 제 눈썰미 진짜 좋죠! 이모, 너무 예쁘세요!!!”

김우미는 웃음이 터졌다.

이 달콤한 말솜씨는 누구한테 배운 걸까?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어린애가 벌써 사람 홀리는 법을 알다니, 커서는 오죽할까?

김우미는 차마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아이의 보드라운 뺨을 살짝 꼬집었다. “네가 아무리 칭찬해도, 네 엄마가 되어 줄 수는 없어.”

그 말을 들은 꼬마 아이는 풀이 죽었다. “왜요? 우리 아빠 엄청 잘생겼는데. 진짜 진짜 잘생겨서 이모랑 잘 어울릴 거예요!”

그는 자기 아빠를 열심히 홍보했다.

김우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유는 없어. 일단 네 아빠랑 나는 모르는 사이고, 잘생긴 게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잖아. 가장 중요한 건…… 이모는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까, 포기하렴.”

꼬마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이모를 처음 봤지만, 왠지 모르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이모는 정말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알았어요…….”

하지만 그는 곧 화제를 바꿨다. “그럼 저희 아빠 병은 고쳐 주실 수 있어요? 아까 물어봤는데, 다들 이모 의술이 최고라고, ‘신의 손’이라고 했어요. 방금 엄청 어려운 수술도 마치셨다고요! 우리 아빠가 오래된 지병이 있는데, 의사들을 많이 찾아다녔는데도 못 고쳤어요. 그러니까, 이모한테 이 부탁을 들어달라고 해도 될까요?”

그는 그 말을 하며 작은 얼굴에 기대감을 가득 담았다.

김우미는 본래 여기에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해성시에 온 것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수술도 부탁을 받고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을 보니, 어째서인지 마음이 약해져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김우미가 대답했다. “진료라면, 못 할 것도 없지. 네 아빠가 이 병원에 있니? 그렇다면 나를 데려가 보렴. 고칠 수 있는 병이라면, 최대한 손써 볼게.”

꼬마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나며 기쁘고 신이 나서 말했다. “계세요, 계세요! 아빠는 원장님 사무실에 있어요. 제가 이모를 모시고 갈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통통한 작은 손을 뻗어 김우미의 손을 잡았다.

마치 그녀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겁내는 듯이.

김우미는 그 모습에 실소하며 그의 손을 마주 잡고 아이를 따라 걸었다.

……

한편, 원장실.

박연주는 막 주 원장과 이야기를 마친 참이었다.

오늘 그가 직접 이곳에 온 것은 주 원장에게 맨디 명의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병원에 의료 기기 한 세트를 무료로 기증하기까지 했다.

주 원장은 몹시 살갑게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박연주는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칠흑같이 차가운 눈으로 주위를 훑었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우는?”

비서 지훈이 난처해하며 말했다. “사라졌습니다. 오늘 회장님께서 오신다는 소문이 어떻게 샌 건지, 병원 전체에 회장님 병을 고쳐 주면 재벌가에 시집가서 어린 도련님의 새엄마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꼬마 도련님께서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는지 알아보러 가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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